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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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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석사의 당간지주 앞에서 무량수전까지 걸어보라고 했던 사람이 있었다. 우리나라의 절집이 대개 산속에 있게 마련인데 부석사는 산등성이에 있다고 했다. 개울을 건너 일주문에 들어서면 양쪽으로 사과나무들이 펼쳐져 있다고. 문득 뒤돌아보면 능선 뒤의 능선 또 능선이 펼쳐져 그 의젓한 아름다움을 보고 오면 한 계절은 사람들 속에서 시달릴 힘이 생긴다고 했다."


신경숙 소설집 『종소리』 에 수록된 「부석사ㅡ국도에서」


"그 의젓한 아름다움을 보고 오면 한 계절은 사람들 속에서 시달릴 힘이 생긴다고 했다."


시달림에 대한 두려움은 없다. 단 하나의 두려움이라면 나에게 시달림을 주는 사람에 대한 미움, 내 마음속의 미움, 내 마음속의 어둠을 맞닥뜨리는 것뿐이다. 오래전 친구들에게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감각은 익숙해진 고통이야.' 나는 이 말을 아주 어려운 시간을 겪고나서야 마음속에 담을 수 있었다. 고통없는 관계와 일상은 없다. 행복만 남은 삶은 반쪽짜리 삶이다. 행복과 불행, 낮과 밤 모두가 내시간, 내가 살아가는 하루다. 거부할 수도 없고 선택할 수도 없다. 나에게 남는 것이 받아들이는것 뿐이라면 아주 조금이라도 의연하게 받아들이고 싶다. 그렇게 살고 싶다. 하지만 가끔씩은 '한 계절은 사람들 속에서 시달릴 힘이 생기는' 곳을 찾고 싶어진다. 그럴때 나는 산책을 떠난다. 내 마음은 항상 여행중이다. 



Posted by 느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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