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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나의 글을 찬찬히 다시 읽어 보았다. 한 네번째쯤 정독하다가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 플레쳐와 듀나가 같은 구석이 하나 있다는 점이다. 두 인물간의 공통점은 폭력성이다. 물론, 비록 가상의 캐릭터이지만 얼굴과 이름을 내놓고 패악을 일삼는 플레쳐가 그나마 듀나보다 낫다는 점은 인정하자. 재미있지 않은가? 가상의 캐릭터인 플레쳐는 얼굴과 이름이 있지만, 실제 세계에서 살아가는 듀나는 얼굴도 이름도 없다. 듀나의 이 글을 읽으면서 한참 인터넷을 달구었던 MBC의 과감한 '실험'이 떠올랐다. 바로, 게이머의 폭력성을 실험한다는 명목으로 PC방의 전원을 꺼버린 사건이다. 


플레쳐의 목적은 제 2의 챨리 파커를 발굴하는 것이다. 듀나의 목적은… 열심히 생각해 봤지만 정말로 모르겠다. 하지만 둘 모두 대단히 폭력적인 방식을 '활용'했다. 이쯤되면 '선호'또는 애호라고 표현해도 될정도다. 마치, 듀나가 나이 어리거나  여리여리한 이미지의 여성 연예인에 대한 애호와 선호를 감추지 못하는 것처럼. 플레쳐와 듀나 모두 자신의 행위의 정당성을 한치도 의심하지 않는다. 듀나는 비틀린 자신의 뇌에 맺힌 한국의 현실에 대한 불편함을 토로하기 위해 <위플래쉬>를 빌려온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듀나와 선택된 몇 명의 친구들 빼고 모조리 오독하고 있다는 판단은 그야말로 뇌내망상이다. 듀나의 글은 빈약한 근거로 자신의 생각을 말하는 행위가 얼마나 글쓴이의 빈약한 바닥을 혹독하게 드러내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다. 


하지만 나는 이 글을 듀나를 씹는데에 모두 낭비하고 싶지는 않다. 그래서 영화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위플래쉬>를 보고 상영관을 나서면서 나는 플레쳐는 과연 제 2의 찰리 파커가 되었나? 라는 질문을 떠올렸다. 맞다. 영화속에서 언급된 바로 그 찰리 파커, 조 존스가 던진 심벌에 목이 날아갈뻔 했던, 바로 그 찰리 파커, 테렌스 플레쳐는 제 2의 찰리 파커가 되는 꿈을 이루었는가? 플레쳐는 끊임 없는 연습을 통해, 한계를 넘어서 누구도 그의 음악을 품평할 수 없는 경지에 도달했는가? 이에 대한 해답은 누구나 알고 있을것이다. 물론 그의 폭력성이 대단히 독보적이라는 점은 인정한다. 


플레쳐의 방식엔 이유와 목표만 있다. 앤드류가 플레쳐의 연습에 참여했던 첫날을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다. 플레쳐는 앤드류의 첫 연주를 중단시키고 질문한다. 'Are you rushing or dragging?' 이 질문은 대단히 도전적이다. 앤드류에게는 거의 저승사자의 외침으로 들렸을 것이다. 바로 전 시간, 음정이 틀렸다는 트집으로 밴드 멤버 한 명을 쫒아내는 것을 직접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플레쳐는 집요하고 사악하게 앤드류를 장악하기위해 애쓴다. 


영화의 중반, 앤드류가 친척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에서 친척중 한 명은 '어떻게 음악을 평가할 수 있냐'고 반문한다. 음악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이다. 플레쳐가 앤드류를 거의 죽일듯이 달려들며 던졌던 'Are you rushing or dragging?' 이라는 질문과 함께 생각해 보면 재미있다. 놀랍게도, 플레쳐에게는 음악에 대한 절대적인 기준이 있는것 같다. 플레쳐는 앤드류에게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한다. 이 질문은 마치 '네 생각을 말해!'라고 채근하는것 같다. 하지만 앤드류는 바로 전시간, 다른 학생이 대답 한 번 잘못해서 밴드에서 쫒겨난 것을 보았다. 그 와중에 신념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플레쳐는 이 초급과정(?)을 통해서 앤드류가 정말 자신이 생각하는 그녀석인지(!) 확인하려 했던것 같다. 이쯤되면 이 영화는 배경으로 음악학교로 바꿔치기한 <매트릭스> 1 편의 모피어스와 네오의 다른 버전처럼 보일정도다. 


앤드류의 밀고로 학교를 그만두게 된 플레쳐는 우연히 다시 마주친 앤드류에게 'Next Charlie Parker'를 발굴하는 것이 자신의 사명이었던 것처럼 말한다. '만약에 조 존스가 심벌을 던지지 않고, 그만하면 됐어 찰리, 라고 말했다면 더이상 버드 (챨리 파커의 별명)도 없고 그것만큼 슬픈일은 나에게 없다.' 정말로 감동적인 고백이다. 하지만 플레쳐의 이 말이, 앤드류를 유인하기 위한 거짓말, 마지막 함정에 더 가깝다는것을, 영화를 보고난 우리는 알고 있다. 이미 플래쳐는 제자의 죽음을 자신에게 유리한 거짓말로 포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는 아마도 찰리 파커가 아니라 어쩌면 찰리 파커의 목을 날려버렸을수도 있는 조 존스가 되고 싶었던것 같다. 아, 그러니까 형이 이러는건 너에게 다 애정이 있는거니까 대가리 박어주세요. 이말씀인데, 이정도로 개차반인 플레쳐를 진정 이시대에 필요한 스승상으로 '오독'할 가능성이 다분한, 듀나의 표현을 빌리자면 '스톡홀름 증후군의 희생자가 된 수많은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망상에 빠져 있는 듀나에게 나는 오히려 애도를 표하고 싶다. 혹시 이 글을 듀나가 읽는다면, 그리고 혹시라도, 그럴일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정말, 억울하다면 딱 한마디만 남겨준다면 여한이 없겠다. '그건 오독이에요. 이 글, PC하지 않아서 불편한건 저뿐인가요?' 


이 영화의 이야기 구조는 대단히 단순하고 알기 쉽다. 듀나의 글의 제목이 '위플래쉬, 한국에서 유달리 성공한 진짜 이유'인데, 이 영화의 성공 이유는 이야기가 단순하고 알기 쉽고 박진감 넘치며 음악이 죽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신과, 자신의 선택된 영광스러운 친구들만이 이 영화의 진짜 가치와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그 '오독'의 근거는 대체 어디에서 끊임 없이 샘솟는지 신기할 뿐이다. 오늘의 기승전듀 글 끝. 



기사 링크: http://m.media.daum.net/m/entertain/newsview/20150326160806850




Posted by 느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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