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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de Llewyn Davis (2012)

片/結 / 2013. 11. 30. 14:50





코엔 형제의 신작 <Inside Llewyn Davis>에서 존 굿맨이 연기한 롤랜드 캐릭터는 이질적이다. 그는 갑자기 등장해서 약에 취해 죽었는지 살았는지 알 수 없는 상태로 버려진다. 부두교를 공부했다고 주장하는 이 남자가 정말로 무엇을 하는 인간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생각해 보면 단 두시간 남짓한 시간동안 등장하는 여러 인물들의 성격이 파악된다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그러나 코엔 형제는 사실성을 위해 일부러 모호한 캐릭터를 묘사하는 것이 아니다. 마치 무의식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이러한 캐릭터는 코엔 형제의 다른 영화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다. <애리조나 유괴사건>에서 주인공을 추격하는 거구의 남자, <시리어스 맨>의 늙은 랍비, <바톤 핑크>의 세일즈맨 찰리. 일반적인 시나리오 작법에서 캐릭터는 반드시 어떤 역할을 통해 이야기를 발전시킨다. 하지만 코엔 형제의 영화속 캐릭터들은 갑자기 나타나 어떤 이야기도 남기지 않고 사라진다. 심지어 주인공 르윈의 내면(inside)이 어렴풋이 짐작될만 할 때 영화는 갑자기 끝난다. 


코엔 형제는 르윈이 잠에서 깨어 일어나는 똑같은 장면을 영화의 시작과 끝 부분에 배치한다. 차이점이라면 고양이가 집을 나가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다. 두 번째 아침 장면에서 르윈은 이미 알고 있다는듯이 솜씨좋게 고양이의 가출을 저지한다. 이 장면 때문에 영화에서 일어난 일들의 대부분이 마치 르윈의 꿈처럼 보이기도 한다. 오프닝에서 르윈은 'Hang Me, Oh Hang Me'를 부른뒤 '또 한 곡을 부를거지만, 어차피 포크송은 그놈이 그놈이기 때문에 크게 기대는 하지 말라'고 말한다. 그도, 우리도 대부분 그날이 그날같은 매일을 살아 간다. 만약, 어떤일이 일어날지 알고 있었다면, 그를, 우리를 둘러싼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졌을까. 알 수 없는 일이다. 어디에도 닫지 못하는 폐허(ruin)와도 같은 삶의 불가해한 풍경을 묘파하는 이영화는 몹시 아프다. 하지만 코엔 형제의 영화가 매번 흥미롭게 다가오는 이유는, 르윈이 뉴욕에서 시카고로, 다시 시카고에서 뉴욕으로 돌아오면서 만났던, 끝없이 다가오고 사라지는 길위의 표정들처럼, 삶이 정물 보다는 비정형의 흐름에 더 가깝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대신 운전해주는 조건으로 시카고에서 뉴욕까지 차를 얻어탄 르윈은 어두운 도로로 뛰어든 무언가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 차를 세운다. 인적없이 캄캄한 도로 위로 눈발이 신산하게 흩날린다. 무겁게 눈꺼풀을 내리누르던 잠도 달아나 버린것 같다. 자동차 앞범퍼에는 피가 묻어있다. 어떤 짐승을 친것 같은데 도로 위에는 아무것도 없다. 피, 눈, 어둠, 자동차에서 흘러나오는 말러의 교향곡, 숲속으로 절룩거리며 사라지는 개인지 고양이인지 알 수 없는 짐승. 세상이 잠시 멈춘 것 같은 이 장면은 신비롭고 아름답다. 이질적인 것들의 우연한 만남, 누구도 예상할 수 없고 제어 할 수 없는 우연성의 결절들. 르윈 데이비스라는 어떤 남자의 내면을 보다. 




Posted by 느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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