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이미지
느랭보

카테고리

분류 전체보기 (22)
痕 + 影 + 錄 (2)
(2)
(18)
사물함 (0)
(0)
動 + 人 + 錄 (0)
脈, MAC, 맥 (0)

Frank, 2014

片/結 / 2014. 9. 28. 11:41




금요일 퇴근해서 밤새 주사를 맞았다. 다치거나 아픈 사람들이 끊임없이 드나드는 응급실의 부산함, 누군가의 밭은기침소리, 간호사를 찾는 목소리, 사람들 발소리, 링거 스탠드를 끌고 병원 로비로 나갔다. 밤의 병원은 수족관처럼 고요하다. 자판기의 불빛이 군데군데 괴괴하게 고여있다. 잠들지 못하는 환자 가족들이 로비 여기저기에서 스마트폰을 보거나, 다른 사람과 작은 목소리를 이야기를 나눈다. 값을 치르고 병원을 나서는데 주사를 놓아줬던 간호사가 완치가 되는 게 아녀서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나도 내 몸을 잘 관리하고 싶다. 예전보다는 더 주의 깊게 내 몸이 하는 말을 잘 듣고 싶다. 하지만 관리한다고 관리되는 몸이 아니라는 걸 요즘 깨달았다.


주사를 다 맞고 집에 들어가 잠들기에는 시간이 애매해서 <Frank>를 조조로 봤다. 마이클 패스빈더가 주연이라고 해서 오래전부터 벼르고 있었던 영화다. 영화를 보면서 엉뚱하게도 내가 왜 배트맨이라는 캐릭터에 빠져있는지 깨달았다. 때로 무언가를 감춰야만 드러나는 것들이 있다. 셀리나는 브루스 웨인에게 '지금 당신의 맨얼굴이 가면'이라고 말했다. 배트맨은 'What I do is defines me'라고 말한다. 커다란 머리를 뒤집어쓴 Frank는 Jon에게 'Why covering thing up? right?'이라고 말한다. 실없는 웃음이 새어나오는 이 장면은 역설적이지만 진실을 담고 있다.


커다란 머리 Frank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그 밑의 얼굴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지 상상했다. 때로는 표정이 진실을 가리기도 한다. 상상은 상상일 뿐이다. 내 머릿속에 맺히는 상. 내 머릿속의 얼굴. 그 얼굴과 내 앞의 얼굴은 다르다. 우리는 때로 서로를 오해하고 착각한다. 자신의 마음이 말하는 것을 착각하거나 욕심이 부추기는 방향으로 거짓말을 선택하기도 한다. 어떤 일은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는데, 그 대가가 가볍지 않은 경우가 자주 있다. 아아, 실수뿐인 인생이다. 영화를 보고 나서는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Frank가 왜 그렇게 되었는지, 왜 그가 커다란 머리를 선택했는지 솔직하게 Frankly 설명해주지 않는, 음울하고 귀여운 이 영화가 참 마음에 들었다.


** 마이클 패스빈더는 얼굴도 잘생겼고 몸도 이쁘다. 비음이 살짝 섞인 목소리도 멋지고 노래도 잘 부른다. Frank가 훌쩍 뛰어오르는 포스터를 보면서 '썅 심지어 배꼽도 잘생겼어'라고 중얼거렸다.




Posted by 느랭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