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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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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325 - 2

/ 2015. 1. 3. 01:58


후일담




시간이. 아주 빠르게 지나갔다 동쪽에서 서쪽으로 해가 뜨고 지고 바람이 도시를 빠져나가고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갔다 아무도 없는 길 위에서 멍하니 서있다 저녁이 왔다 해가 졌다 비는 내리지 않았다 겨울은 거의 끝났지만 아직 추웠다 이 시간이 되면 이상하게 슬픈생각이 들어 '시로'가 말했지 다시 찾은 오래된 성당 죽은 이들의 무덤이 나란히 누워있다 한 뼘도 되지 않는 묘석아래 누워있다 죽음이 여기있다 삶이 여기있다 등을 맞대고 붙어있던 집들이 언덕위로 모조리 쫒겨났다 그 위로 둥실 눈썹달이 떠올랐다 투명하고 딱딱한 밤이 내렸다 웅크리고 누운 낯선 도시가 웅얼거리는 소리가 들린것 같다 마지막 기차가 플랫폼을 빠져나갔다 사람들이 침침한 조명아래 고인채로 흘러간다 머리와 꼬리가 잘린 통조림 속 생선들처럼 온순하고 조용하다 눈이 내렸다 어깨위에 앉았다 금방 녹았다 사라지는것은 눈뿐만이 아니다 네가 왔다 사라졌다 나도 너에게 갔다 사라졌다 기억나지 않는다 너의 첫얼굴 기억나지 않는다 우리가 처음 나눴던 말들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단순하게 생각하자 단순하게 받아들이자 지나간 것은 지나간 것이다 시간이 여전히 아주 빠르게 지나간다 길위에 아무것도 남지 않을것이다 길은 거처가 아니다 길위에 사는것은 어디에도 살지 않는것이다 나는 어디에도 없다 






Posted by 느랭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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